프로 직업정신
일본에서의 경험이다.
1. 일이 일찍 끝나고 피곤해서 하네다 공항에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시간 보낼 것이 없어, 마사지 하는 곳을 찾았다.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다.
손님이 많아 밖에서 대기했다. 안내하는 사람에게는 전신 마사지 1시간짜리를 하겠다고 했다. 내가 밖에 대기하고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도 안에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제 내 차례가 다 되어 갔다. 안에서 마사지사가 문진표 같은 것을 들고 나왔다. 아픈 곳이 없냐고 하길래, 허리 디스크로 병원 다닌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전신 마사지, 등마사지 등을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15분짜리 다리 마사지만 해 줄수 있다고 한다. 그냥 나에게 전신 마사지해 준다고 하고, 허리는 하는둥 마는 둥하고, 팔다리만 1시간 해 줘도 될 것을 그 안마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기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2. 동경에서 택시를 탔다. 차를 탔는데 보니 아니, 혼다 레전드였다. 혼다 브랜드의 최상위 기종으로 핸들링이 특히 좋은 차량, 7천만원이 넘을 만한 차량이다. 기사에게 물어 보았다. 자기는 차를 좋아해서 혼다 레전드를 가지고 택시로 사용한다고 한다. 개인 택시라서 상관없다는 것이다. 평소때는 몰라도 눈이나 비가 올때는 확실히 제시간에 손님을 모셔줄 수 있을 정도로 핸들링이 좋다고 자랑한다.
딱히 택시 요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동경시내에 혼다 레전드를 택시로 사용하는 사람이 4명 있다고 한다. 자기 집에서 사용하는 차는 경차이지만, 매일 일하면서 모는 차는 좋아야 한다고 했다. 나름 혼다자동차 매니아였다.
3. 부산 고향으로 내려가 세신(때밀이)를 했다. 세신사가 날 알아봐 주었다. 지난번에 내가 허리 디스크가 있으니 조심해 달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세신사가 먼저 날 보고 허리디스크 있고 피부가 약한 분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2번째 방문인데 기억해 주어서 반가웠다.
이 분은 서울에 가족을 두고 부산에 혼자 세신(때밀이)일을 하러 내려 오신 분이다. 서울은 조선족이 세신업에 워낙 많이 들어와서 한국 사람이 같은 가격으로 하기 힘들어서 오히려 부산으로 떠밀려 내려왔다고 한다.
우리 사회 하층민(육체 노동)은 외국 불법체류자들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분은 프로의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향에 다시 내려가면 방문할 예정이다.
4. 10여년전 일본에서의 일이다. 아이를 데리고 슈퍼마켓에 갔다. 조각 케익을 샀다. 철없는 아이가 굳이 자기가 집게로 점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케익을 집어서 작은 상자에 넣겠다고 해서 내 버려 두었는데, 상자에 넣을 때 케익 윗부분의 크림이 상자에 약간 묻게 되었다.
내 아이가 한 짓이고, 먹는데 별 상관 없어 그냥 가져 가겠다고 했지만,
점원(사장으로 보였다.)은 새로운 케익을 새로운 상자에 직접 다시 담아 주었다.
크림 일부가 뭉게진 케익은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괜챦다고 해도 아니라면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개 숙이며 포장된 케익 상자를 건네 주었다.
5. 일본에서 택시를 타고 보통 어디 갈 것인지 말한다. 방향이 반대이면 택시 기사는 유턴해서 목적지로 가는 방향으로 돌린 이후에 메타기(요금기)를 누른다. 휼륭한 직업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부산 세신사가 생각나서 한 두 글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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