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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생각한다.

자생 59) 왜 화이트 칼라의 혁신은 힘든가?

by 자동차생각_모듈러설계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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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생산방식(TPS)은 프로세스 혁신이며, 이 방법을 화이트 칼라 등의 사무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 도요타는 사무직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부문에서 응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한참 도요타 생산방식을 익힐 때, 나에 TPS사부님(곤도 데츠오)이 <도요타식 화이트칼라 혁신>이라는 책을 가지고 와서 엘지전자에 소개를 하였고, 그래서 당시 상사의 지시에 의해 졸지에 내가 그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낮에는 공장을 돌아다녔고, 밤에 식사/회식이 매일 있었고, 호텔방에서 잠을 줄여가면서 번역을 했던 책이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그루(guru)가 책 내용중 왜 화이트 칼라의 혁신이 힘든지에 대한 내용을 여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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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혁신은 어려운가

1) 공장부문과 본사부문의 차이

 

수많은 성공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필자는 화이트칼라 혁신이 갖는 어려움의 실체를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아래는 화이트칼라 혁신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공장부문과 본사부문의 비교를 통해 정리한 것이다. 화이트칼라 혁신이 21세기 기업 성장의 중요한 열쇠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이를 감안하여 이노베이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1) 드러내기 어려운 낭비가 있다

개선은 낭비의 철저한 배제다. 이 말은 모든 개선 활동은 낭비를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다는 의미다. 공장의 낭비는 조금 익숙해지기만 하면 발견하기 쉽지만 본사부문의 낭비는 좀처럼 찾아내기 어렵다. 본사부문의 낭비는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풍토 등 시스템 곳곳에 잠재되어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浪費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개선에 앞서 낭비란 무엇인가를 현지현물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화이트칼라 혁신은 浪費를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2) 낭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있다

화이트칼라에게는 낭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존재한다. 본사부문의 浪費는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를 인정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浪費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浪費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낭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사람의 몸은 게으름 피우고 있으면 군살이 붙고, 낭비투성이가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폐장이나 신장이 두 개 있는 것은 하나가 기능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버퍼buffer와 같은 것이며, 긴급 시에는 하나를 절단해도 살 수 있다. 조직도 그와 같아서 도처에 낭비가 존재한다. 만의 하나를 위해서 어느 쪽 군살을 덜어내고 어디를 더욱 보강할 것인지를 생각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전체를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단련하는 것이 낭비 제거다.

 

(3) 개선의 역사가 없다

공장의 개선 활동은 100여 년 이상의 역사가 있어, 적용 기법이나 인재육성 방법론 등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개선의 역사와 철학, 기법을 가르치는 대학도 상당수다.

그러나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하는 개선 활동은 그 역사가 짧을 뿐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해설한 서적 또한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공장부문의 기법, 예를 들면 시간 분석, 공정 분석이라든가, TQC 기법을 응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분석 틀일 뿐이다. 정신과 철학이 없다면 그것은 나무에 대나무를 잇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로 화이트칼라 혁신을 위해 이공계의 툴을 응용할 경우 그 사고방식, 이념, 목적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벤치마크형 혁신 사례로 소개한 이와테현의 경우, 그 이념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에 대한 가치 창조와 구성원이 가진 잠재능력의 최대한도의 발휘였다. 그 수단으로써 낭비적인 업무의 폐지와 간소화를 진척시키고, 그 결과 2005년도에는 프라이머리 밸런스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이와테현도 개선이 더욱 진전되어 이상적인 모습을 향한 현의 구조가 재구축되면 시스템 재구축형 혁신의 성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재구축형 혁신이 실현된 기분식품의 경우, 물류비용의 저감을 위한 개선 과정에서 그동안 생산관리과에서 행하고 있던 부품 조달, 생산 보전 등의 기능을 현장으로 이관했다. 그 결과, 생산관리 스태프의 대부분은 현장으로 이동하고, 생산관리과는 시스템 개발 중심의 스태프 집단으로 특화되었다. 이에 따라 현장 리더(감독자)들의 재량권이 증가되어 개선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었다. 기분식품의 경우, 20년에 달하는 현장 개선을 거듭하여 목표인 벤치마크형 혁신을 달성함과 동시에 시스템 재구축형 혁신을 실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벤치마크형 혁신과 시스템 재구축형 혁신은 조직의 규모에 따라 장단점에 차이가 있고 시나리오 전개방식도 다르지만, 개선의 프로세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조직이든 경영진의 명령만으로 개선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전사적 개선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구체적인 목표 지시 개선 지원팀 개선을 위한 교육훈련 개선 실적을 매월 확인하는 체제와 함께 우선 행동에 옮기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편견을 없애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야말로 전 사원의 참가를 독려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4) 화이트칼라의 대부분은 자기만족 상태에 빠져있다

개선은 浪費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를 위해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화이트칼라 부문에서는 문제는 없다라거나 그동안 불편하거나 곤란한 점이 없었다라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다. 익숙한 업무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사와 동료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선 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기만족형 직원들에게는 11제안제와 같은 포상제를 도입해 개선 활동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적극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5) 개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화이트칼라에게는 개선에 대한 일종의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 개선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개선을 구조조정이라고 인식하고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공교롭게도 19922002년 동안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신문에 넘쳐나고 있었다. 많은 회사와 은행이 불량채권을 안고 힘에 겨워했고, 기업 재건의 수단으로 폭넓은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조정은 실시하는 쪽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도 큰 부작용을 낳는다. 구조조정을 위한 개선은 진정한 의미의 개선이 아니다. 10여 년 전 어떤 자동차부품공장의 개선을 도왔을 때, 이로 인해 생겨난 여유 인원 30여 명을 공장장이 간단한 통보 후에 해고해버린 적이 있었다. 그 안에는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날부터 개선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현대는 모든 조직체에서 CS(고객 만족)의 향상이 당연시 되고 있다. CS 전에 ES(종업원 만족)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좋은 경영자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S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알레르기는 낭비에 대한 사고방식이다. 적지 않은 화이트칼라들이 우리는 블루칼라와는 다르다라는 이상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그 자부심은 우리는 블루칼라처럼 낭비적인 일은 하고 있지 않다는 사고로 이어져, 제삼자인 컨설턴트에게 이러쿵저러쿵 지적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의 알레르기를 해소하지 않으면 화이트칼라 부문의 개선은 진행되지 않는다.

 

(6) 작업 프로세스를 보기 어렵다

공장의 공정은 현장에 들어가서 보면 굳이 작업자에게 묻지 않아도 그 프로세스가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본사부문의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PC를 조작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 업무의 어느 프로세스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 대부분은 알 수 없다.

개선의 첫걸음은 우선 프로세스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화이트칼라부문에서는 자신의 일에 포위망을 쳐 진척 상황이나 일의 우선순위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제삼자는 대부분 알기 어렵고 동료가 쉽게 개입하기도 어렵다. 일의 지척 상황을 오픈할 수 있으면 개선은 그만큼 한 걸음 더 전진한다. 최근 정보공개라는 말을 곧잘 사용하고 있는데 이 부문이야말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점이다.

 

(7)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

공장에서는 해당 공정의 효율성과 작업자의 능력Capacity을 전문 스태프가 측정하기 때문에 그 기준이 어느 정도 객관화되어 있다. 그런데 본사부문에서 이 일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까?”라고 질문하면, 많은 경우 당사자와 상사와의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상사가 가늠하는 소요시간과 담당자가 추진 가능한 소요시간이 의외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공장에서는 이 제품, 이 공정의 경우 작업 시간은 몇 초라고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업자에 따라 생산량이 다를 경우 그 원인을 쉽게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본사부문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정량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일의 마감 기한이나 잔업 등의 여부가 본인에게 맡겨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잔업도 의욕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무엇보다도 직원이 바쁠 경우 그것이 직원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 업무량의 과다 때문인지 상사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나올 수 있는 대책이란 잔업이나 인원 추가일 뿐이다.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대로 화이트칼라부문의 비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는 이 비대화를 멈출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왜 바쁜지, 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왜 그 일의 프로세스는 이 정도의 업무량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를 연발할 필요가 있다.

 

(8) 상사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다

제품에는 명확한 품질 기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본사부문의 경우 업무의 품질 기준은 상사가 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품질 기준이 사전에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화이트칼라 부문에서는 용어의 사용 방법, 설명 방법, 확인 방법, 대조 방법 등의 매뉴얼이 적고, 있어도 추상적이다. 상사가 추구하는 품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몇 번의 시행착오가 되풀이되고,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써버리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부하는 상사의 요구를 과잉으로 잡고 일을 하기 쉽다. 상사가 사전에 요구 수준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보다 적은 인원과 노동력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0여 년 전부터 관동자동차에서는 데밍상Deming prize의 영향으로 기획서를 포함한 모든 설명서를 A3 한 장으로 만들어왔다. 회장, 사장, 부사장의 요구가 아무리 많아도 모든 내용은 한 장의 서류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서류의 두께가 일을 열심히 하는 증거로 여겨지는 일은 없다. 납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사전에 지시했다면, 부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작업 순서를 상사와 상담한 후 수정·변경이 가능하다. 상사와 부하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품질 수준과 납기를 순조롭게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9) 개선 활동이 체계적으로 점검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을 매일, 성실하게, 계속해서 실천하고 있는 조직은 드문 것 같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연간 목표가 제시되어 있지만, 그 목표를 매월 확인하고 있는 조직은 적다.

왜 개선 활동이 제대로 확인되고 점검되지 않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체적인 목표로는 실질적인 진행 상황을 올바로 체크할 수 없다. ‘안전제일’, ‘클레임 제로’, ‘철저한 5S’, ‘조직의 슬림화등은 슬로건이다. 개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목표가 구체적이더라도 진행 상황이나 문제를 확인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책을 결정하는 소위 팔로우업 체제가 조직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선 활동에 있어서는 적어도 분기별로 팔로우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화이트칼라 부문의 개선을 계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기준이 분명한 팔로우업 체제를 확실하게 갖추고 운영해야 한다.

 

(10) 일과 개선은 별도라고 생각한다

개선이란 쉽게 말해 일의 浪費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무관리와 개선은 별개라든가, 기계를 설계하는 일과 개선은 별도라든가, 기획 업무는 개선에서 예외라는 식의 반응이 화이트칼라에게 상당히 많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직원들이 열심히 할 겁니다라고 응대하는 중간관리자의 반응이다. 개선이 2S, 즉 정리·정돈으로부터 출발해서인지, 대개의 중간관리자들이 개선을 실무자들이 해야 할 작업으로 오해하고 자신은 그것을 지시하면 되는 정도로 여기고 있다. 피터 드러커도 지적한 바 있지만, 중간관리자에게 직원 관리란 고유하고도 일상적인 업무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업무내일의 준비를 위해 개선을 수행하는 것이 중간관리자의 진정한 역할이다. 어떤 비즈니스맨에게도 =작업+개선이라는 데에는 예외가 없다. 조직의 질은 지속적인 개선에 의해서만 향상되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과제를 추진하고 해결하는 것이 바로 중간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라 하겠다.

화이트칼라의 개선 활동을 컨설팅하다 보면, “일이 너무 바빠서 개선할 틈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하지만, 개선은 한가할 때에 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하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바쁠 때도 있고 한가할 때도 있다. 그 속에서 어떻게 비용을 저감하고, 품질 수준을 향상시킬지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개선이다.

곤도 데츠오와 공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