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가는 이야기라 여기에 옮깁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설계에 대해서 간단히 저의 생각을 한번 적어 볼께요..
출처 : 지만원박사의 시스템클럽중에서
http://www.systemclub.co.kr/nation_manage_2005.htm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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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인력 양성으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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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인력은 산업의 동력이다. 설계인력이 다양하면 고부가가치
제품도 만들어내고, 다양한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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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민족일수록 선진국이고 설계를 무시
하는 민족일수록 열등민족이다. 그런데 한국은 설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설계인력이 양성되지 않았다.
설계를 의무화하고 인정해주는 일은 정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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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없이 고속전철사업을 벌였기 때문에 6조원이 날아갔다. 서
울과 부산 사이를 1시간 줄이는 데 앞으로도 30조원 정도의 돈
을 더 투자해야 하는가. 고속전철사업은 즉시 중단하고 날아간
6조원은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사업의 잔재는 코미디 정부를
기념하기 위해 박물관에 진열되어야 할 것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설계를 노터치(no
touch) 항목으로 성역시 해왔다. 설계는 과학기술자들의
작품이고, 많은 돈이 투자된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경영학으로 불리우는 시스템 공학이 미
국 전역에 확산됨에 따라 이러한 성역은 무너졌다.
가장 훌륭한 설계는 단순한 공학자들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시스
템 분석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미국이 세계적으로 자랑하
는 ‘이지스’ 구축함을 제조하는 공장에는 시스템 공학자들이 40%,
하드웨어 설계자가20%로 구성되어 있다. 이지스함이 시스템 덩어
리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이들 시스템 분석가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분석
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그때까지 신성불가침으
로 여겨왔던 설계 자체를 개선함으로써 가장 큰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설계 기술자들은 생산 공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이 밀
실에서 무심코 설계한 것이 엄청난 제조원가를 불필요하게 유발시
켰다. 운영자의 편의성이나 정비의 편의성을 설계에 반영할 수 있
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다. 자주 바꿔야 하는 부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하도록 설계했다. 따라서 설계단계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
가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시스템 공학이란 바로
문제해결 능력을 훈련하는 학문이다.
1984년 미 국방성 설계개선팀은 많은 장비에 대한 설계를 개선
해서 엄청난 원가를 절감시켰다. 그들은 투입된 투자비의 27.2배라
는 절약효과를 거두었다. 인생에 있어서도 태교가 중요하듯이 설계
역시 제품의 일생을 좌우한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운영유지비와 설계 간에는 아무런 연관
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운영유지비는 오직 운용자가 운용단계에서
얼마나 경제적인 방법을 동원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스템 분석가들은 운영유지비의 대부분이 설계
단계에서 이미 운명이 결정된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일본인들은 설
계를 자주 바꾼다. 생산 공정과 작업방법도 늘 바꾼다. 6개월 이상
바뀌지 않는 것들은 경쟁력을 상실한 것들로 간주한다.
설계에 돈을 아끼는 사람은 가장 바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는 정부나 기업 모두가 설계를 경시한다.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조
하는 분야가 무시되어온 것이다. 사전분석도 없고, 시스템 설계도
없이 추진했던 정부사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증발시켰는가.
고속전철사업은 분석과 설계 없이 추진되어 6조를 날렸다. 서울
시내의 동쪽에서 서쪽을 가려 해도 3~4시간이 걸린다. 토요일에
여의도를 들어가면 5시간씩 갇히기도 한다. 부산에서도 사정은 비
슷하다. 그런데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인원 수송시간을 1시간 절약
하기 위해 앞으로도 30조원이 더 들어간다는 고속전철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가. 차라리 그 날려버린 6조 사업의 잔재를 ‘설계를 경시
한 민족적 코미디’로 기념하기 위해 박물관에 전시하고, 잃어버린
돈은 ‘매몰비용’(sunk cost)으로 취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지하철을 보자. 건설비를 아낀다는 명분 하에 터널공간을 좁게 했
다. 전차가 달리면 기관차 전면의 공기가 압축된다. 이 압축된 공
기가 배출되지 못해 다음 전철역까지 몰고 간다. 역과 역 사이에
있는 공기를 모두 몰고 가려면 공기가 얼마나 압축되겠는가, 이 압
축된 공기는 통상 추진력의 25%이상을 상쇄시킨다. 이에 더해 전
차 뒷부분에 생기는 진공현상이 전차의 추진력을 억제하고 있다.
터널 공사비를 몇 푼 아끼려다 더 많은 운영비가 낭비되고 있다.
고속전철 차량은 수많은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때에 발생하는
터널 내의 공기저항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공기를 빼기 위해서는
다른 터널을 뚫어야 하지만 고속전철 설계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새로 생길 전철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추가 발전시설도 계획되
어 있지 않다. 설계를 경시하는 민족에게는 고속전철이 아직은 시
기 상조인 것이다.
5~8호선 레일바닥은 콘크리트로 건설되었다. 그로 인한 소음
때문에 다시 자갈길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터널의 폭도
너무 좁다. 철로, 차량, 구조물, 신호, 전기 시스템에 안전성이 설계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시스템 문제이다.
서울시 지하철 조직은 ‘지하철건설본부’, 1~4호선 운영을 담당
하는 ‘지하철공사’, 5~8호선 운영을 담당하는 ‘도시철도공사’로 3원
화되어 있다. 지하철건설본부는 지하철 건설만 담당하고, 여기에
소요된 건설비를 두 개의 공사로 이관한다. 1~4호선은 지하철 공
사에게 떠넘기고, 5~8호선은 도시철도공사에 떠넘긴다.
지하철건설본부는 차관을 얻어 건설만 하고, 두 개의 지하철 공
사로 하여금 건설비를 갚게 한다. 경제성, 안전성, 편의성, 건강 등
무엇하나 제대로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는 전철을 실제로 운영하는 두 공사에게 있어서는 엄
청난 불만이다.
같은 땅을 여러 번 파고 묻는 반복비용,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역시 시스템 설계 문제이다. 신도시를 건설할 때마다 토지공사가
지하터널을 건설해놓고 각 지하매설물을 설치할 때마다 해당 업체
로부터 건설비를 회수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방법을 단계적으로 도심으로 확산하면 되지 않을까.
설계는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엔진이다. 그런데 한국에
서는 설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느 젊은
이들이 설계에 투신할 것인가.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시스
템 설계’를 의무화하고 여기에 파격적인 값을 쳐주어야 한다. 설계
에 돈을 많이 쓸수록 공사비와 수십 년간의 유지 및 보수비가 절약
된다. 설계비는 비용절감의 증폭기다.
설계분야에 선진 설계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여기에 많은 이들이
고용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설계기술이 확산될 수 있다. 한국에
설계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대학 가야 소용없다.
기술을 배워야 대우받는다’는 분위기를 확산시켰던 것처럼 지금 우
리는 ‘서울 법대 소용없다. 설계해야 존경받는다’라는 분위기를 만
들어야 한다. 이는 말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정부사업을 통해 실
증을 보여주어야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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