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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를논하다

도요타

by 자동차생각_모듈러설계 2017.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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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ystemclub.co.kr에서 가져 왔습니다.

    

 

                                                             도요타

  인간의 지혜는 무한하다. 최고의 경영이란 어떤 경영인가. 여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를 짜내서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다. 기업에는 수많은 타인들이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모두에게 일일이 목표를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지혜를 모아 목표를 찾아내고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또 다른 지혜를 짜내도록 하는 것이 경영의 백미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미국을 배워가면서 생산을 재개한 일본 자동차 업계는 1950년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요가 없는 데다 생산 방법이 원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종전 후 일본과 미국의 생산성 격차는 8배나 되었고, 자동차 산업에서의 격차는 10배나 되었다. 도요타 역시 이러한 범주에 허덕이며 도산 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도요타 카이치로 사장은 "3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자"는 실로 엉뚱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러한 슬로건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해 보였고 그래서 사장의 사고 시스템에 혹 병이 난 게 아닌가 하며 고개들을 갸우뚱거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열심히 해보자는 뜻이겠지". 대부분의 사원들은 이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장의 뜻이 확고하고 진지하게 보이면 거기에는 반드시 범상치 않은 사람이 나타난다. 1949년 기계공장으로 부임한 오오노 타이이치씨가 사장이 내건 슬러 건에 관심을 보이며 행동에 나섰다.

그는 우선 "작업 준비시간"(setting time)을 미국의 포드사와 비교했다. 가장 먼저 착안한 것은 "작업준비시간"(setting time)이었다. 한 조립라인에서 A제품을 만들고 곧이어 B제품, C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 생산시간과 작업전환시간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가. 미국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많아 포드사는 A제품을 6시간 동안 만들고, 2시간을 B제품으로 옮겨가기 위한 "작업준비시간"(Setting Time 또는 Setup Time)으로 사용했다. 이 때 도요타는 어떻게 했는가. 일본에는 자동차 수요가 많지 않아 도요타는 A제품을 1시간 동안 만들고 곧바로 B제품으로 옮겨가야 했다. A제품에서 B제품으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작업준비시간(Setup Time)은 도요타도 포드처럼 2시간이 걸렸다. 포드사는 6시간을 작업하고 2시간을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기 위한 작업준비시간으로 사용한 데 반해 도요타는 1시간 동안 소량을 생산한 다음 2시간을 작업준비에 할애해야 했다. 포드사는 하루 8시간에 6시간동안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2시간을 준비시간으로 썼지만, 도요타는 하루에 3시간 동안 소량을 생산하고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작업준비에 투입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대량생산 여건 과 일본의 다품종 소량생산 여건간의 구조적인 격차였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구조가 그런걸 우린들 어떻게 해",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포드사 도 작업준비기간을 2시간씩 잡는데 우리라고 특별한 재주 있나",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오오노씨는 "2시간 걸리는 작업준비를 3분에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역시 누구에게나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이 지시는 불가능한 지시다. 그러나 가능할 수 있다고 믿고 방법을 찾으면 반드시 방법이 나온다. 사람의 지혜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혜는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에서만 나온다. 사람을 통제하겠다는 한국식 통제문화권에서는 지혜가 무궁무진할 수 없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오오노씨가 그 다음으로 착안한 것은 작업시간의 농도였다. 포드사가 기계로 10시간이면 끝내는 일을, 도요타는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하기 때문에 20시간이나 걸렸다. 그로부터 도요타는 한동안 자동화에 몰두했다.

  오오노씨의 다음 착안점은 낭비의 제거였다. 사원들의 움직임은 부가가치를 직접적으로 창출하는 움직임과 이를 지원하는 움직임으로 구분하고 후자를 낭비라고 정의했다. 그는 "낭비를 0으로 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간접 성격의 움직임과 간접비 유발요소를 그는 모두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런 슬로건을 내걸자 사원들의 눈에는 낭비 요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관리직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리직을 없애려면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자율신경 시스템이 설치돼야 했다. "어떤 것이 자율시스템일까?"

이 문제에 골몰해 있던 오오노씨는 미국출장 중 슈퍼마켓에 들리게 됐다. "상품이 팔린 만큼 매장을 보충하는 슈퍼마켓 시스템"을 보고 자율신경 시스템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이 힌트를 토대로 하여 "후 공정 인수형" 간판방식이라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창안해낸 사람은 엔지니어였던 스즈무라씨였다. 관리자가 없더라도 전 공정과 후 공정이 치고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인 것이다. [전 공정의 작업자]와 [후 공정의 작업자]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는데 관리자가 왜 필요한가. 이로 인해 생산관리 부장으로 있던 가네다씨는 자재관리를 담당하던 부하직원 10명을 내보내야 했다. 그 자재관리 업무는 생산직들이 겸임하게 된 것이다. 타율이 아니라 자율인 것이다.  

도요타의 상징인 "간판"이란 무엇인가? 생산-개선-혁신을 자율신경 방식에 의해 이룩하는 유기체이다. "간판' 시스템은 가만 두어도 자기들끼리 치고 받으면서 생산-개선-개혁을 스스로 이루어 가는 "진화형" 유기체인 것이다. 생산활동은 A공정에서 시작하여 B공정으로 흐른다. 각 공정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생산지시"라고 한다. 또한 각 공정에서는 뜻하지 않게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일 즉 "지시"와 "제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관리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포드에서는 이 두 가지 일을 관리자가 했지만 도요타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 즉 "자율신경" 시스템이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지금의 한국 기업들은 그야말로 한밤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리자에 의해 생산 시스템이 돌아가는 포드 시스템을 "계획생산방식" 또는 "밀어내기(Push)생산방 식"이라고 불렀다. 이에 반해 도요타 방식은 팔린 만큼 생산한다는 "수주생산방식"이라 불렸다. 전자의 경우에는 정보가 관리자로부터 A 및 B공정으로 흘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생산정보가 "고객"에서 B공정으로 흐르고, 다시 B공정에서 A공정으로 흐른다. B공정이 고객에게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숫자가 얼마인지를 A공정에 알려야 한다. 관리자가 하던 일을 작업자가 하는 것이다. “전 공정은 후 공정이 가져간 것만큼만 생산하라”. 이 명령에 어째서 관리자가 필요한가.  

이처럼 "후공정에서 전공정으로 정보가 흐르는 것"을 간판이라 한다. 이를 "후 공정 인수 방식"이라고도 한다. B공정에서 문제가 생겨 생산에 차질이 나면 자동적으로 B공정에서 A 공정으로 간판이 가지 않는다. A공정은 B공정에서 가져간 것만큼만 또는 달라는 것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B공정의 생산이 정지되면 구태여 관리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A공정도 정지된다. 누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불필요한 재고가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역으로 A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B공정에서 달라는 것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B공정의 생산도 정지된다.

만일 이 때에 A공정과 B공정 사이에 재고가 넉넉히 있으면 A공정에 문제가 생겨 생산이 중단됐는데도 불구하고 B공정은 쌓여있는 재고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A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B공정이나 경영자에게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문제가 문제로 부각되어야만 항구적인 해결에 지혜를 모을 수 있다. 재고가 충분히 있으면 문제가 가리워 지고, 재고가 없어야 비로소 문제가 문제로 노출된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이듯이 개선은 문제가 노출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도요타의 "간판"시스템은 단순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노출시키기 위한 자동 개선 시스템"인 것이다.        

자동차의 부속품은 2만여 점이다. 이렇게 많은 부품을 짜 맞추다 보면 실수가 있게 마련 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서는 최종 조립이 완료된 후 모든 차량을 "수정공장" 으로 보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 다음 출고한다. 이는 지금도 한국의 현실이다. 오오노씨는 이 "수정공장"을 없앴다. 조립라인 안에서 훌륭한 품질을 생산하자는 의도였다. "조립라인 안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일단 라인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신속하게 고친 후 다시 라인을 가동시킨다"는 개념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조립이 완성되자마자 우수한 품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상이 발견될 때마다 라인을 정지시키면 한 사람의 실수로 수백 명의 작업자가 작업을 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낭비인가!

1967년 가을, 가네다씨가 생산관리부문 과장을 맡고 있을 때, "결함 발생 시 라인 정지" 방침을 실천했다. 라인이 수시로 정지되었다. 생산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결국 실시 10일만에 후퇴했다. "라인 정지" 시스템을 택하려면 한번 범한 실수는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항구적인 시스템을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어야 했지만 그런 전제 조건 없이 일단 실천해 본 것이 그에게 어려움을 준 것이다.      

  예전 시스템 하에서는 조립라인에서는 조립만 하고, 결함은 "수정공장"에서만 발견하고 수정했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조립라인에 일하는 작업자들은 문제를 발견해 내지도 못했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능력도 기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이러한 능력을 길러줌으로써 6개월 후에 다시 "라인 정지"시스템을 재 가동할 수 있었다. "라인정지" 시스템 역시 문제를 문제로 노출시키기 위한 시스템이었다. 옛날에는 모든 결함이 "수정공장"에서만 발견됐고, 여기에서 발견된 문제는 일일이 작업자에게 전달될 수 없었다. 그래서 라인 작업자는 자기의 실수나 결함을 발견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똑같은 결함을 오늘도 내일도 계속했다. 도요타 시스템은 생산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하는 "문제발굴 시스템"인 것이다. 비로 이러한 것이 간부들의 [경영] 마인드다. 일본이 이러한 반면 한국 간부들은 아직도 [쟁이]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의 프랜트 제작사와 건설감리 회사의 경우와 비교해보자. 한국기업엔 아직도 이러한 피드백 시스템이 없다. 감시회사의 본부에는 도면 검토실이 있다. 그야말로 1급 기술자들이 들어앉아 타 회사에서 그려온 도면을 검토하는 곳이다. 도면을 검토하는 사람은 좁은 공간에서 현장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장의 모두를 다 상상하는 사람은 없다. 누락이 있고 오류가 있다. 이들이 발견되지 않으면 도면 검토의 질이 하락한다. 그런데 같은 회사가 건설 현장에 감리팀을 내보내고 있다. 현장은 경험지식, 지혜, 원가자료, 기술자료를 뽑아낼 수 있는 광산이다. 얼마나 훌륭한 관찰력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이아도 나오고 쓰레기도 나온다. 현장에 근무하는 기술자가 많은 생각들을 현장에서 메모했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부서가 없었다. 현장 근무자의 그런 동기를 유발하는 시스템도 없다. 현장의 지식이 본부 설계검토자들에게 공급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할 수 있는 유기체를 개발해 주어도 고정관념을 가진 간부들은 경험만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소니의 신화를 만들어낸 아키오 모리타 회장은 다른 기업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경험자들을 고정관념이 깊은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중용하기를 거부한다.  
  
보다 많은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 도요타는 모든 작업자들을 회전시켰다. A공정에서 2시간 일하면 그후 B공정으로 이동하여 2시간 일하는 식이었다. 어느 공정은 작업이 비교적 수월하고 어느 공정은 작업량이 빡빡하다. 작업자들을 회전시키지 않으면 힘든 공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계속 힘들게 일하고 수월한 공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계속 수월하게 일한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불공평성보다 더 큰 문제는 한 공정에서 내재한 문제는 그 공정에서 일하는 소수의 사람만 관심을 갖게 되며, 소수의 내부자 시각만을 가지고는 문제를 찾아내거나 해결방안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모든 공정을 돌아가면서 일하게 되면 지루하지도 않고 업무량도 골고루 부과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작업자들의 경험이 같아지고 다방면에 걸쳐 시각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경험이 같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토의가 잘 이루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발굴되고 해결방안 역시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앞서의 감리회사 현장팀이 일하던 방법과 비교해보자.  

  도요타의 특징은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하여 모든 문제에 대해 제한 없이 편하게 토의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는 점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의 모임은 각기 다른 부서에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어떤 특정한 현안문제를 가지고 토의하는 게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주제를 가지고 미래를 위해 토의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 발상이 매우 자유로워진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게 되면 모든 사원들이 부분만 아는 나사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회사의 전체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를 최고 경영자의 입장에 세워 기업 혁신을 위해 창안을 하게 된다. 이게 바로 경영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은 사실상 일본에 비해 뒤늦게 경영자 양성 시스템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도요타의 "간판" 시스템은 가만 두어도 세포조직, 자율신경조직, 대뇌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작동하여 스스로 진화해 가게 하는 유기체와 같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인체 시스템과 유시한 전형적인 시스템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라면 라인정지도 할 필요가 없으며 수정공장을 치울 필요도 없으며 생산관리 직권을 없앨 필요도 없다. 특히 재고를 없애고 "후공정 인수방식"을 선택할 필요조차 없다. 주문된 수주량만 생산하는 데 급급한 우리 시스템과, 가만 놔두어도 스스로 진화하도록 설계된 도요타 시스템 사이에는 [경영] 마인드라는 커다란 강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