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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생각한다.

<모듈러 설계> 역자 후기

by 자동차생각_모듈러설계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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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수요일 오전 8시 55분 입력)

 

<모듈러 설계> 최종 수정본을 이번주 금요일에 넘길 예정입니다. 계약이 완료되어 이제 출판이 가능합니다. 역자 후기를 적어서 이곳에 남깁니다.

 

역자 서문

 

도요타 출신의 엔지니어가 적은 <실천! 모듈러 설계> 책자를 번역 출판하기로 결심한 것은 역자(譯者)의 회사 근무 경험 덕분이다. 2012년 현대자동차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현재는 글로벌경영연구소)에 근무 당시, 나는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 경쟁축이었던 모듈러 설계와 관련된 보고서를 다루었다. 폭스바겐의 모듈러 툴킷 전략, 도요타의 TNGA(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 등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공용화이란 용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모듈’, ‘아키텍쳐라는 새로운 개념을 역설했다.  

그후, 201411, 뜻하지 않게 1년간 남양연구소에 파견 근무를 가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짬짬이 모듈러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하여 SCI급의 국제학술지에 게재하였다(한양대 박경진 교수님과 공동 연구). 그리고, 20213월 현대차를 뒤로하고 나와, 대학에서 강의와 함께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시스템 구축(도요타 생산방식)’모듈러 설계관련 컨설팅을 하면서, 모듈러 설계에 대해서 좀더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는 도중 나카야마 사토시(中山 )라는 도요타 출신의 엔지니어를 알게 되었다. 그가 일본경제신문에서 진행하는 모듈러 설계 관련된 강습회를 참가했고, 그의 저서인 <실천! 모듈러 설계>라는 책자를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이 한국 제조업에 종사하는 많은 엔지니어들에게 도움이 될 소중한 책자라고 생각하고 번역을 결심했다.

이 책은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모듈러 설계에 대한 개념을 실무적인 측면에서 보완해 주었다. 신문 지상 또는 전문 잡지에서 나오는 모듈러 설계에 대한 전략적 어프로치’, 또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수학적/개념적인 접근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설계를 하는 엔지니어가 매일 진행하는 업무 속에서 <모듈러 설계>를 어떤 식으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수식이 없다. 하지만, 도요타 내부에서 진행된 각종 업무 프로세스와 함께,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라는 식의 경험칙(經驗則, 관찰과 측정에서 얻은 법칙)이 많다.

이 책은 가스 라이터를 예제로 하여 <모듈러 설계>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가스 라이터가 가져야 할 여러 가지 기능을 정의한다. 그리고, 같은 기능을 만족시키기 위한 부품군들을 모듈로 정의한다. 하지만, 만약 다른 기능을 만족시키는 부품과 심한 의존관계를 가지는 부품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같은 기능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른 기능의 부품과 같은 모듈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이처럼 모듈을 정의해 나갈 때, 수학적/이론적이 아니라 실무자들의 경험칙까지 활용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저자인 나카야마 사토시(中山 )와 직접 만나기도 하고, 수차례 화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책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했다. 그리고, 일본어 원서의 일부 오류도 바로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도요타의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기에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절차가 많다. 그래서 읽어 내기가 쉽지 다. 나 또한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꼼꼼하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번역 출판을 허락해 주신 한경사의 이계남 대표님에게 감사드린다. 출판환경이 좋지 않고 특히 독자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내용의 책자임에도 어려운 결심을 해 주셨다. 그리고, 이선옥 편집실 과장님에게 큰 폐를 끼쳤다. 처음부터 완벽한 번역을 해 드리지 못하고 몇 번이고 수정에 수정을 반복했고, 그때 마다 정성껏 편집해 주셨다.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

대한민국은 제조업에 기반하여 성장해온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종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자가 많지 않다. <실천! 모듈러 설계>가 미약하나마 산업계에 일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역자를 대표해서

2022928일 박정규(朴正圭)